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주문하게 되면 종업원이 와인을 가지고 와서, 라벨 등을 확인시켜주죠.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기본적인 확인을 하고, 그리고 일행 중 한 명에게 와인 테이스팅을 하도록 하죠.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이유는 혹시나 주문한 와인의 맛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와인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인데요.
저도 마찬가지고, 제 주위 동료들도 늘 입을 모아서 하는 이야기가 와인 테이스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와인 테이스팅이라고 하는 것은 비단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와인이 상한 게 아닌지를 확인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와인을 마실 때 항상 필요한 것이라고 봐야죠.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자신에게 맞는 와인인지를 잘 알기 위해서는 좋은 와인의 맛을 보고 내 입으로 그 와인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파악해 봐야 하는 것이지요. 마치 아래 사진에 나오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 (이 사진은 flickr에서 퍼 온 사진입니다. 원래 링크는 http://flickr.com/photos/pedrosimoes7/169983321/)
최근에 와인의 달인, 로버트 몬다비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책 내용 중에 와인 테이스팅에 관한 좋은 내용이 있어서 이것을 참고해서 오늘은 와인 테이스팅에 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와인을 시음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음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테이스팅 방식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 전문가들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시음의 방법을 알고 있다면 본인만의 테이스팅 방식을 개발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요.
1. 눈
와인을 와인 잔에 반만 따릅니다. 보통 와인의 빛깔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와인 테이스팅을 시작하게 되는데, 와인 잔에 비치는 와인을 통해 흐릿한 부분이나 불순물, 또는 찌꺼기 같은 것이 있는지 선명도를 살핍니다. 만약 와인 양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와인의 색이 갈색으로 착색되어 있거나 색바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 빛깔의 농도, 와인 잔을 돌렸을 때 타고 흘러 내리는 와인이 어떤 빛깔을 띄고 있는지 등을 보는 것만으로 와인의 바디, 짜임새 등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2. 코
최고의 와인 시음자 가운데에는 와인을 맛보지 않고, 눈과 코로만 감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들은 코가 아주 예민하고 지각력이 뛰어나서 코로도 와인을 '맛볼 수' 있다고 하죠. (코로 마시는 것을 상상하지는 마세요)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코로 감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같은 기본적인 맛을 구별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나는 다양한 맛은 콧구멍 상단부나 그 위의 머리와 뇌 깊숙이 있는 감각 기관에서 감지된다고 합니다.
로버트 몬다비 책에서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만, 카베르네에서 나는 다양한 맛이 콧구멍 상단부에서 감지된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런 것을 알았을까요? 와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포도 품종별 향과 그것을 감지하는 인체 기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여하튼 와인 잔에 코를 갖다 댐으로써 포도의 품질, 포도의 익은 정도, 산도와 당도, 압착과 발효 스타일, 발효 시간과 온도 등을 알아 낼 수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3. 입
입으로 시음하는 것은 와인 테이스팅의 가장 마지막 단계입니다. 와인을 시음할 때에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분석하기 위해 머금습니다. 입 안의 온기가 와인을 증발시켜 와인 향이 입 안과 콧속 깊숙이 파고 들게 합니다.
입 안에 머금고 있으면서 입술 사이로 공기를 부드럽게 빨아들여 보면, 와인 향이 입 안에서 더욱 활짝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때 유의하실 것이 있는데요. 집 안에서야 별 상관이 없습니다만, 레스토랑에서 입술 사이로 공기를 빨아들이다가 '후루룩' 소리가 너무 크게 나면 약간 창피합니다. 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살짝만 공기를 빨아들이는 센스를 발휘하세요.
4. 대화
와인의 맛을 충분히 느끼셨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습니다. 같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과 함께 그 와인을 테이스팅한 결과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다들 동의하시겠지만, 맛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테이스팅하고 난 후의 느낌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beyerskloof 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을 마셨는데, 같이 마신 친구가 이 와인에서 소세지 맛이 난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하더군요. 저는 별로 동의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
와인을 마시면서 '내 코를 개발하고, 내 혀를 교육하는' 방법만이 와인 테이스팅을 익히는 유일한 교육 방법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와인 테이스팅은 말로 듣거나, 책을 읽는 것으로는 익힐 수가 없으니까요.
와인 테이스팅. 어렵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