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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의 생일인 걸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밤 늦게 남자 두 명이서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와인을 마시기로 했죠. 시간이 거의 12시가 되었기 때문에 와인을 사러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편의점에 가서 구한 와인이 signatures du sud 였습니다. 그만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라는 말이죠.

signatures du sud는 프랑스 랑그독 (Languedoc) 지역의 vin de pays 와인입니다. vin de pays 와인은 그렇게 좋은 등급의 와인은 아닙니다. 프랑스 와인은 등급별로 크게 AOC, VQDS, Vin de pays, Vin de table 4단계로 나누어집니다. AOC 내에서도 뭐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만, 일단 크게는 저렇게 네 등급으로 나누어지죠.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와인 바에 가서 많이 마시는 와인은 AOC 와인입니다. VQDS는 AOC 와인이 되기를 기다리는 와인들인데, 프랑스 와인의 약 2-3 %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고 저는 아직 한 번도 보거나 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아래 단계의 와인이 vin de pays 와인인 거죠.

signatures du sud는 signatures of the south 라는 뜻입니다. 와인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남쪽의 따듯한 기운을 받고 잘 자란 merlot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상큼 발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와인이라고 할까요.

눈: 2005년 빈티지를 마셨는데, 햇와인이라서 그런지 색이 아주 진합니다. 레드 와인은 일반적으로 햇와인은 색이 진하고, vintage가 오래될 수록 색이 연해집니다. 그러니까 와인 바에 가서 와인을 시켰는데 햇와인인데 색이 연하다거나 vintage가 오래된 와인인데 색이 진하다면 기본적으로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야 하는 거죠.

코: 과일 향이 아주 풍부하고, Merlot 품종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향긋한 아로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제가 아직 내공이 부족하여 아로마와 부케를 구분하지는 못합니다. 아로마는 포도 품종 자체의 향을 말하고, 부케는 숙성 중에 포함된 오크향이라던지 뭔가 복잡 다단한 향을 말합니다.

입: 평론가들은 이 와인을 medium body라고 하던데, 제가 느끼기에는 light body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가격: 편의점 가격으로 만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와인입니다. vin de pays 니만큼 비싸면 곤란하죠.

공대생 마인드를 표현하는 것 같아 약간 부끄럽긴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 을 따지자면 아주 훌륭한 와인입니다.

(별점생략)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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